망해가는 회사의 특징

오늘 아침 9시, 김대리 출근함. 사무실 둘러봄. 근데 이상하게 일하는 사람이 안 보임. 다들 회의실 들락날락하거나 전화만 붙잡고 있음. 실제로 뭔가 만들어내는 사람은 없음. 김대리 속으로 생각함. “이 회사 진짜 돌아가고 있는 거 맞나” 싶음.

10시, 전체 회의 소집됨. 회의실엔 이상무, 박부장, 최상무 등 소위 의사결정자들 쭉 앉아있음. 옆엔 보좌하는 비서랑 기획팀 직원들 노트북 펴고 대기 중임. 회의 시간 팔 할은 의사결정자랑 그 사람들 돕는 인원 발언으로 채워짐. 실무자는 구석에서 메모만 함.

회의 끝나자마자 김대리 메일함 폭발함. 십여 통 도착함. 보낸 사람 다 다른데 내용은 똑같음. “이거 정리해서 상무님께 보고 부탁드려요”, “고객사 문의 왔는데 확인 후 회신 주세요.” 김대리 깨달음. 이 사람들 일 만드는 거 아니고 그냥 위아래로 토스만 하고 있는 거였음. 조직 절반이 의사결정자랑 고객, 소수 실무자 사이에서 전달하고 취합만 반복함.

오후 되니 사무실 다시 조용해짐. 진짜 일은 이제부터 시작임. 실무 처리하는 사람 전체의 20%도 안 됨. 김대리랑 몇몇 동료들 오후 내내 자리 못 뜸. 문서 만들고, 시스템 고치고, 고객 자료 준비함. 나머지 팔십 퍼센트는 벌써 퇴근 준비하거나 다음 회의 준비 중임.

제일 씁쓸한 순간은 저녁에 옴. 이상무 김대리 자리로 옴. 오늘 제출한 자료 훑어봄. 한마디 던짐. “이거 왜 이렇게 밖에 못 했어요? 좀 신경 써서 하세요.” 근데 하루 종일 회의만 하고 다닌 이상무도, 중간에서 메일만 주고받은 다른 팀 대리도 아무 말 없음. 실제로 일한 사람만 남아서 평가랑 비판 다 떠안음. 김대리 조용히 노트북 닫음. 그리고 생각함. 일하는 사람은 소수인데, 그 소수가 제일 많이 흔들리고 제일 많이 깎이는 구조. 이게 바로 이 회사가, 그리고 수많은 회사들이 서서히 망해가는 이유일지도 모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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