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어김없이 그 얼굴이었음.
아침부터 팀 전체가 바짝 긴장한 날이었음. 전날 제출한 보고서에 오류가 있었고, 팀장님한테 한 소리 들을 게 뻔한 상황이었음. 다들 표정이 굳어 있었고, 눈치껏 조용히 자리를 지키고 있었음. 그런데 그 친구, 민준이는 달랐음.
씩씩하게 들어오더니 “오늘 날씨 진짜 좋죠?” 하고 먼저 말을 걸어왔음. 아무것도 모르는 얼굴이었음. 표정에 아무런 그늘도 없었고, 눈빛도 여전히 맑고 투명했음. 팀 분위기가 이렇게 싸늘한데 혼자 봄날 소풍을 나온 것 같은 얼굴이었음.
보고서 오류를 만든 장본인이 바로 민준이였음. 그것도 모른 채, 아니 알면서도 모르는 척하는 건지, 아무튼 그 얼굴은 아무런 죄책감도 담고 있지 않았음. 살짝 웃으며 자리에 앉아서 커피를 홀짝이는 모습이 참으로 경이로웠음.
팀장님이 회의실로 부르셨을 때도 마찬가지였음. 다들 긴장한 표정으로 서로를 봤는데, 민준이는 노트를 꺼내 들고 당당하게 걸어 들어갔음. 마치 오늘의 주인공이라도 된 듯한 걸음이었음. 회의실 문이 닫히기 직전, 나는 그의 뒷모습을 보며 잠깐 멍해졌음.
회의가 끝나고 나왔을 때도 그 얼굴은 그대로였음. 팀장님한테 뭔가 들었을 텐데, 그 텅 빈 듯 환한 표정은 전혀 흔들리지 않았음. “별거 아니었어요~” 하고 가볍게 웃으며 자리로 돌아갔음. 나는 그게 더 황당했음.
답답했음. 화도 났음. 그런데 동시에 어딘가 웃음이 피식 났음. 저렇게 살면 편할 것 같다는 생각이 잠깐 들었기 때문임. 잘못을 잘못인 줄 모르고, 분위기를 분위기대로 읽지 못하고, 그저 오늘이 좋은 날이라는 듯 살아가는 사람. 그게 순수한 건지 무딘 건지 모르겠지만, 적어도 그는 오늘 하루를 상처 없이 보냈음.
나는 퇴근하면서 좀 웃었음. 화를 내기도 했고, 황당해하기도 했지만, 결국 웃으며 하루를 끝낸 것임. 어쩌면 민준이가 오늘 하루를 버티게 해준 건지도 모름. 그 텅 비고 환한 얼굴이, 이상하게도, 나쁘지 않았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