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일 오전 열한 시였음. 커피 한 잔을 내려놓고 소파에 막 기대려던 참이었음.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되는 그 짧은 찰나, 창밖으로 햇살이 한가롭게 쏟아지고 있었음. 그때 진동이 왔음.
화면에 뜬 이름을 보는 순간, 손이 멈췄음. 팀장이었음. 회사 메신저 알림이었음. 첫 줄에 딱 다섯 글자가 보였음. “미안합니다.” 그 뒤로 내용이 이어졌지만, 그 첫 문장이 눈에 박혀 나머지는 잘 들어오지 않았음. 미안하다는 말을 저렇게 먼저 쓰는 사람은, 대개 그다음에 꽤 크고 귀찮은 부탁을 들고 오는 법이었음.
내용은 이랬음. 임원 한 분이 주말에 갑자기 보고 자료를 들여다보다가 궁금한 것이 생겼다는 것임. 그 임원이 팀장에게 연락을 했고, 팀장은 다시 나에게 연락을 한 것임. 이른바 긴급 건이었음. 세상 어딘가에는 주말에도 자료를 들여다보며 궁금증을 참지 못하는 사람이 있고, 그 사람 아래에는 그 궁금증을 풀어줘야 하는 사람들이 줄줄이 엮여 있는 것임.
회사에는 24시간, 7일 내내 열려 있는 메신저가 있음. 그것은 단순한 소통 도구가 아님. 일종의 전자 목줄 같은 것임. 읽고도 답장하지 않으면 ‘읽씹’이 되는 것이고, 아예 확인조차 하지 않으면 그건 또 다른 방식의 불성실함으로 읽히는 것임. 메시지 하나가 도착하는 순간, 주말의 경계선은 허물어지는 것임. 그 경계를 지키려면 정말 대단한 용기나, 아니면 아무도 연락을 하지 않을 만큼의 한가한 직급이어야 하는 것임.
답장을 했음. 오래 걸리지 않았음. 자료를 뒤지고, 숫자 몇 개를 찾아내고, 정리해서 보냈음. 물리적으로는 이십 분도 채 걸리지 않는 일이었음. 그런데 이상하게 그 이십 분이 두 시간처럼 느껴졌음. 몸이 소파에서 일어나야 했고, 머릿속에서 퇴근 이후로 꺼뒀던 회사 모드를 억지로 다시 켜야 했음. 커피는 이미 식어 있었음.
미안하면 연락을 하지 말았어야 하는 것임. 그런데 그게 그렇게 단순한 문제가 아니라는 것도 알고 있음. 팀장도 나름대로 곤란했을 것임. 임원한테 연락이 왔는데 주말이라 안 된다고 할 수 있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그 임원도 어쩌면 위에서 뭔가 치이고 있었을지 모르는 것임. 압박은 위에서 아래로 흐르는 것임. 마치 물이 높은 곳에서 낮은 곳으로 흐르듯, 회사의 불안과 조급함도 그렇게 내려오는 것임. 맨 아래에서 받아내는 사람만 늘 흠뻑 젖는 것임.
연락을 한 사람도 불쌍하고, 받아서 전달한 사람도 불쌍하고, 결국 처리해야 하는 사람도 불쌍한 것임. 모두가 다 직장인이기 때문임. 억울하다거나 분하다거나 그런 격한 감정도 아님. 그냥 좀 피곤한 것임. 시스템이 그렇게 돌아가고, 그 안에 우리가 있는 것임. 선택지가 있다고 하면 거짓말이 되는 것이고, 선택지가 없다고 하면 그것도 조금은 과장인 것임. 그 어딘가 불분명한 자리에서 오늘도 각자 나름의 방식으로 버티고 있는 것임.
다시 소파에 앉았음. 커피는 결국 그냥 마셨음. 식은 커피도 커피였음. 창밖의 햇살은 여전히 거기 있었음. 오후가 됐고, 주말은 계속됐음. 그래도 남은 하루가 있다는 것이, 그나마 다행인 것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