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을 아끼는 게 생존법인 우리 부서 이야기

입사한 지 석 달째 되던 날, 처음으로 그 광경을 목격했음. 회의실 문이 열리고 팀장님이 걸어 나오자마자 부서 전체가 약속이라도 한 듯 조용해졌음. 다들 모니터만 뚫어져라 쳐다보고 있었고, 아무도 먼저 말을 걸지 않았음.

처음엔 다들 그냥 바빠서 그런 줄 알았음. 그런데 시간이 지날수록 이상한 패턴이 보이기 시작했음. 팀장님이 지나갈 때마다 사람들이 일부러 고개를 숙이거나, 통화하는 척을 하거나, 갑자기 화장실에 가는 척을 했음.

궁금증을 참지 못하고 옆자리 선배한테 슬쩍 물어봤음. 선배는 주위를 한 번 둘러보더니 목소리를 낮추고 이야기를 시작했음. 저 팀장님한테는 절대 먼저 말 걸지 말라고, 무슨 말을 하든 꼬투리를 잡는다고 했음.

알고 보니 예전에 한 대리님이 회의 중에 사소한 의견을 냈다가 그 말 한마디를 몇 주 동안 물고 늘어진 적이 있었다고 함. 회의 때마다 그때 이렇게 말하지 않았냐며, 그 발언의 의도가 뭐였냐며 계속 되짚었다고 함. 결국 그 대리님은 스트레스로 병가를 냈고, 그 이후로 부서 분위기가 완전히 달라졌다고 함.

그때부터 부서원들 사이에 암묵적인 규칙이 생겼음. 팀장님한테는 꼭 필요한 말만, 그것도 최대한 짧고 명확하게만 하기. 의견은 절대 먼저 내지 않기. 메신저로 할 말을 미리 다 정리해두고 나서야 입을 열기.

나도 처음엔 그 규칙이 과하다고 생각했음. 그런데 몇 번 회의에 들어가 보고 나서 생각이 바뀌었음. 별거 아닌 질문에도 팀장님은 집요하게 되물었고, 대답이 조금이라도 애매하면 그 자리에서 몇 분이고 추궁하듯 캐물었음. 그 모습을 보고 나니 왜 다들 입을 다무는지 이해가 됐음.

가장 무서운 건 팀장님이 화를 내거나 소리를 지르는 게 아니었음. 오히려 차분한 목소리로 웃으면서 말꼬리를 잡는 게 더 소름 끼쳤음. 그 웃는 얼굴 뒤에 뭐가 있는지 다들 이미 알고 있었기 때문임.

요즘도 부서 사람들은 서로에게 이렇게 말함. 오늘도 그냥 조용히 있자고. 대답 대신 다들 고개만 끄덕임. 말을 아끼는 게 곧 생존 방식이 되어버린 부서, 그게 우리 부서의 현실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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