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어김없이 월요일 아침임. 팀장 자리에 앉아 커피 한 잔을 홀짝이며 주간보고 문서를 열었음. 그런데 뭔가 이상함. 분명히 지난주 일을 쓰고 있는데, 이 내용은 지지난주 얘기임.
주간보고란 게 말 그대로 매 주 하는 보고임. 일주일 단위로 업데이트 되어야 마땅한 정보를 담고 있는 문서임. 그런데 현실은 그렇지 않음.
목요일 오전, 사업부장이 전 임원들 앞에서 사업 현황을 보고함. 그 자리에 올라가는 내용은 각 팀에서 취합한 주간보고임. 팀장들은 그 전날인 수요일에 주간보고를 제출해야 함. 그래야 사업부장이 검토하고 정리할 시간이 생기니까.
수요일에 팀 주간보고를 만들려면, 각 그룹 리더들이 화요일까지 자기 그룹 보고를 올려야 함. 팀장이 수요일 아침 출근해서 취합할 수 있도록 화요일 오후에는 다 들어와 있어야 함.
그러면 그룹 리더들은? 월요일에 각 팀원들에게 주간 업무 내용을 받아야 함. 월요일 퇴근 전까지 개인 보고가 올라와야 화요일에 그룹 보고를 만들 수 있으니까.
자, 한번 정리해 보면 이렇게 됨.
팀원은 월요일에 ‘지난 주’ 업무를 보고함. 그 내용은 그룹 리더를 거쳐 화요일 그룹 보고로 올라감. 팀 주간보고는 수요일에 완성됨. 그리고 목요일 사업부 보고에서 최종 발표됨.
결국 목요일 임원 앞에서 보고되는 내용은, 지난주 업무임. 그런데 보고하는 목요일 기준으로 따지면, 최소 열흘에서 열이틀 전 얘기를 하고 있는 셈임.
두 주 전 이야기임.
그게 ‘주간보고’임.
이 아이러니가 참 묘함. 보고를 위한 보고, 절차를 위한 절차가 쌓이다 보면 어느새 정보는 낡아 있고, 사람들은 낡은 정보를 최신인 척 발표하고 있는 거임. 아무도 이상하다고 말하지 않음. 그냥 다들 그렇게 해왔으니까임.
리더들은 부하직원들의 보고를 기다리고, 부하직원들은 윗사람이 뭘 원하는지 눈치를 보며 보고를 씀. 각자 줄타기를 하고 있는 셈임. 균형을 잡으려는 건지, 그냥 떨어지지 않으려는 건지조차 모를 때가 많음.
월요병이 직장인에게 유독 심한 이유가 있음. 주말이 끝났다는 슬픔보다, 또 이 순환 속으로 들어간다는 답답함이 더 큰 것 같음. 직장생활이란 게 어쩌면 이 보고의 시간여행을 반복하는 일인지도 모름.
오늘도 나는 두 주 전 이야기를 씀. 그리고 그걸 ‘지금의 현황’이라고 부를 예정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