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그를 만난 건 퇴근길 한복판.
그의 얼굴은 예전보다 조금 더 깊어 보였음. 웃음은 여전했지만, 눈가엔 이전엔 없던 무언가가 깃들어 있었음. 우리는 아무렇지 않은 척 근황을 나눴지만, 결국 그가 먼저 입을 열었음.
“요즘 진짜 힘들어.”
그 한마디에 공기가 달라졌음. 그는 새로 간 회사 얘기를 꺼냈음. 말 한마디 없이 야근이 당연한 곳, 지시는 막무가내로 떨어지고 이유를 물으면 눈치만 돌아오는 그런 곳이었음. 아침에 출근하면 무엇을 해야 할지 몰라 두리번거리고, 퇴근할 땐 무엇을 했는지 기억이 나질 않는 하루들이 쌓이고 있다고 했음.
“거기선 살아남는 게 일이야.”
그의 말이 가슴 어딘가에 걸렸음.
그때 문득, 우리가 함께 다니던 시절이 떠올랐음. 불만도 있었고 지치는 날도 있었지만, 어딘가 서로가 서로를 받쳐주는 공기가 있었음. 모르는 걸 물어볼 수 있었고, 실수를 해도 같이 수습할 사람이 있었음. 그게 당연한 줄만 알았음.
하지만 그날, 그의 이야기를 들으며 깨달았음.
우리는 온실 안에 있었음.
따뜻하고, 습도가 맞춰진, 바람도 비도 제대로 들이치지 않던 그런 공간이었음. 그 안에서 우리는 자라고 있다고 믿었지만, 사실 우리는 보호받고 있었던 것임. 밖의 세계가 얼마나 거칠고 치열한지, 우리는 제대로 알지 못했던 것임.
그게 나쁜 건 아니었음. 하지만 그게 전부인 줄 알았던 건, 분명 우리의 나약함이었음.
그는 천천히 말했음.
“그래도 그때가 좋았던 건 맞아.”
나도 고개를 끄덕였음. 좋았던 것과 나약했던 것은 꼭 반대말이 아니었음. 온실은 온실이었고, 우리는 거기서 나름의 뿌리를 내렸음. 다만, 이제는 바깥 바람을 맞을 시간임을 알고 있었음. 그게 두렵더라도.
우리는 그날 오래 서 있었음. 말이 많지 않아도 괜찮은 사이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