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을 품었던 하루, 그 끝에 남은 것
아침 6시, 알람이 울리기도 전에 눈이 떠졌음. 오늘은 다르게 살아보자고 다짐한 날이었음. 어제 팀장에게 들은 말이 밤새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음. ‘이번 프로젝트, 자네가 책임지고 마무리해야지 않겠나.’ 웃으며 던진 말이었지만, 그 안에 숨은 압박감은 뾰족했음. 지하철 안에서 이를 악물었음. 오늘만큼은 아무 말에도 흔들리지 않겠다고, 독기를 품고 하루를 시작하겠다고 스스로에게 되뇌었음. 회사에 도착하자마자 책상 위에 쌓인 서류 […]
기획자의 역량은 남의 공을 내 공으로 가져오는 능력
그날도 야근임. 시계는 밤 열한 시를 가리키고 있었고, 사무실 불빛만이 텅 빈 건물을 홀로 밝히고 있었음. 캠페인 제안서 마감은 사흘 뒤임. 팀원 열 명이 매달려 있는 이 프로젝트, 이름하여 ‘하반기 통합 브랜드 리런칭 캠페인 기획안’임. 듣기만 해도 머리가 지끈거리는 이름임. 나는 노트북 화면을 멍하니 바라보고 있었음. 눈이 빠질 것 같은 느낌임. 오늘만 벌써 세 번째 […]
물가는 6%, 급여는 2%
일 년에 딱 한 번, 그 봉투가 온다. 연봉 통보서. 협상이라는 단어는 그 어디에도 적혀 있지 않음. 그냥 통보임. 회사가 정한 숫자가 적혀 있고, 서명란이 있고, 제출 기한이 있음. 그게 전부임. 김대리는 올해도 그 봉투를 책상 서랍 속에서 꺼내 펼쳤음. 손끝이 살짝 떨렸음. 매년 이 순간만큼은 가슴 어딘가가 조여드는 기분이었음. 기대라기보다는 체념에 가까운 감정임. 숫자를 […]